[남건욱 칼럼]한국 반도체…인력 부족인가? 기피인가?

남건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사무국장/극동대 교수

충북넷 | 기사입력 2023/01/10 [01:56]

[남건욱 칼럼]한국 반도체…인력 부족인가? 기피인가?

남건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사무국장/극동대 교수

충북넷 | 입력 : 2023/01/10 [01:56]

▲ 남건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사무국장     ©

 

최근 ‘반도체 계약학과 70% 등록 포기’라는 다소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2023년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수시 모집 결과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전액 장학금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취업 보장을 포기하고, 최초 복수 합격자들이 선택한 학과는 의대·약대였다.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정부 2031년까지 반도체인력 15만명 양성)”을 비롯 정부의 반도체 인재양성 정책들이 얼마나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지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진단은 환자를 낫게 할 수 없고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킬 뿐이다.. 

 

2022년 7월 발표한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의 주요 내용은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확대, 반도체 트랙 등 융합교육과정 확대, 재직자 교육지원 강화이며, 구체적으로 2031년까지 전문학사 5만명, 학사 5.4만명, 석박사 2.3만명을 수급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우수 인력이 반도체학과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정확한 진단과 처방없이 대학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산업계가 원하는 반도체 인재가 양성될 것인가에 회의(懷疑)가 든다. 늘 그래왔듯이 수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도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의 메이저 대학의 현실이 이럴진데 지방 대학 반도체학과의 경우 우수 학생 모집은 기대 조차 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반도체학과를 포함한 이공계 기피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간 정부, 대학, 기업들이 노력했음에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졸업 후 진로에 비추어 반도체학과 기피현상의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세가지로 보여진다.

 

첫째, 힘든 일을 싫어하는 사회적 인식과 둘째, 어렵고 힘든 일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미흡하고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불안이며, 셋째, 경직되고 장시간 근무하는 조직문화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먼저 해소되지 않고는 반도체 우수인력 양성은 공염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 각 주체들이 심도 깊은 연구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해결방안을 몇 가지 제안해본다. 

 

첫째, 안정적인 미래 보장을 위해 우수 인력에 대한 기업체의 종신고용제 도입을 제안해본다. 유능한 반도체 엔지니어인 부모가 50대에 회사를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실망하여, 안정적인 의대로 진로를 바꾸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회사의 인력 정책 및 구조상 불가피한 면도 있겠지만 우수한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입사시 종신고용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30년 가까이 축적된 반도체 경험과 지식이 퇴직과 동시에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종신고용을 한물 간 낡은 제도로 터부시 말고, 새롭게 장점을 살려 도입할 필요가 커 보인다.

 

최근 반도체경기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소자회사들의 설비투자 축소, 생산량 감축, 비용 절감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경기침체가 더 악화되면 인력 구조조정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보아왔듯이 반도체가 국가 첨단산업이라는 이유로 퇴직한 인력의 이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칫 중국 회사로 가기라도 하면 매국노라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이 필요 없다고 매몰차게 내 쫓을 땐 언제고, 한쪽에선 기술이 중요하니까 다른 데로 가는 것은 못 본다’는 식의 이중 잣대 시각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국가차원에서 퇴직한 반도체 기술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하여, 이들의 지혜와 경험 경륜이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고, 또한 이들에게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은 반도체 중소 중견 소부장 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 급변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K반도체의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 소부장업체 경쟁력 강화는, 2019년 아베 전 일본 총리의 반도체 소재3종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회장 노화욱)가 처음 공론화 한 바 있다.

 

이후 정부 및 민간 연구기관들이 각종 입안과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부장 기업들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업체의 가장 큰 문제는 쓸만한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며, 기껏 키워놓으면 더 큰 회사로 이직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기피 및 이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핵심이나 중소기업 스스로는 그만한 재원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 말 대통령 말 한마디로 아직 잉크로 마르지 않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여 대기업 투자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25% 세액공제를 하니 얼핏 더 배려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수인력을 유인할 인건비 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대규모 시설 투자할 여력이 있겠는가? 언감생심(焉敢生心)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기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으로 대기업이 우수 유망 중소 협력사에 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급하는 이익공유(Profit sharing)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중소기업은 그 재원을 온전히 근로자의 처우 향상에만 활용한다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임금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대중소기업 상생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가 제도화되기까지는 이해관계자들간 갈등 조정, 형평성 문제, 제반 법률 개정 문제 등 실행까지는 수 많은 장애물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대의명분 하에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누면 못 할 것도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 보다는 정부, 민간, 대학, 기업들의 총체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며, 이미 많은 연구와 정책들이 시행 중에 있다. 이는 세대간 의식 차이 등 사회 문화적인 요인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없겠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중장기 계획하에 세밀하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ASML이나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TEL을 육박하거나 능가하는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업체가 나타나길 계묘년 년초에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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