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배득렬 교수회장, "고작 내 밥그릇 지키자고 반대하겠는가"

KAIST 오송 캠퍼스 구체적 로드맵 없어...현실성 부족
"KAIST 오송캠퍼스 약 33만평은 KAIST의 대학 확장 의도 아닌가?"

박진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5/15 [16:09]

충북대 배득렬 교수회장, "고작 내 밥그릇 지키자고 반대하겠는가"

KAIST 오송 캠퍼스 구체적 로드맵 없어...현실성 부족
"KAIST 오송캠퍼스 약 33만평은 KAIST의 대학 확장 의도 아닌가?"

박진현 기자 | 입력 : 2022/05/15 [16:09]

▲ 충북대 배득렬 교수회장이 KAIST 오송캠퍼스 추진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박진현기자     ©

  

"충북대가  KAIST 오송 캠퍼스 추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 고작 내 밥그릇 지키자는 것이 겠습니까?"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KAIST 오송캠퍼스 조성'과 관련해 충북대학교 배득렬 교수회장이 입을 열었다.

 

지난 3월 22일 충북도와 KAIST는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협약식'을 맺으며 뜨거운 추진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협약은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내 약1.1k㎡ 부지(약 33만평 규모)에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특화해 대학(원)과 병원, 연구소, 창업시설과 상업시설 및 공원 등이 연계한 캠퍼스타운 조성을 추진하며, 부지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LH로부터 매입해 KAIST에 무상 양여한다는 내용이다. 건축은 국가 정책 반영을 통한 국비확보 및 복합 개발 등을 통해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협약 내용과 관련해서 여러 기관들의 의견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의 국정과제 채택과 더불어 오는 6월 1일 열리는 지방선거의 충북도지사 후보들의 공약에도 언급되면서 KAIST 오송 캠퍼스 논쟁은 뜨겁게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충북의 대표 교육기관인 충북대학교 배득렬 교수회장이 KAIST 오송 캠퍼스 관련 논쟁에 의견을 내놓았다.

 

◇ "충북도…그저 프로젝트 유치로만 바라보는건 아닌지"

 

배득렬 교수회장은 먼저 "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충북도청이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모순이다. 충북대와 같은 교육기관과의 공식적인 논의를 통한 신중한 진행이 이뤄져야만 했다"며, "충북도청이 교육기관 건설에 대해서 그저 프로젝트를 유치했다는 입장으로만 바라보고 이번 협약을 진행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KAIST 오송캠퍼스 협약'은 말 그대로 새로운 의과학 관련 대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을 건설하겠다는  협약임에도, 충북도는 교육 전문가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카이스트 오송 유치'라는 단순한 프로젝트 성공으로 바라보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청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그렇기에 교육 관련 전문적 의견이 반영되기 힘들다"고 전제한 배 회장은 "교육기관과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올바른 로드맵을 마련한 후에 교육기관 건설을 진행해야만 했지만 충북도는 이러한 공식적 논의를 일절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오송에는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충북대 약대, 청주대, 충북도립대 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바이오 교육 벨트를 이미 단단히 구축하고 있음에도 이들과도 논의 한 번 한적 없다는 것이 배 회장의 주장이다.

 

◇ "KAIST 오송캠퍼스 약 33만평은 KAIST의 대학 확장 의도 아닌가?"

 

배 교수회장은 이어 협약에서 언급된 'KAIST 부지 규모 33만평'에 대해 충북대병원 2만5천평을 비교하며 의과학대학(원) 설치를 목표로 한 KAIST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배 교수 회장은 이에 대해 "의과학대학(원) 설치만을 위한 부지라기엔 너무나도 큰 규모의 부지 요구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KAIST의 대학 규모 확장 의도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아함을 표했다.

 

충북대병원은 병원과 의대 그리고 장례식장 등을 모두 포함한 종합병원임에도 불구하고 2만5천평의 부지로 유지되고 있다.

 

인프라가 전무한 오송 지역에 들어서는 캠퍼스인만큼 기숙사 등 여러 시설들의 건설이 이뤄짐을 감안하더라도 33만평은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충북대학교 전체 부지가 약 27만평인데 KAIST의 33만평 요구는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 교수회장은 KAIST 오송캠퍼스 조성에 따른 충북도의 막대한 재정 지원으로 기존 지역  대학들에 대한 상대적 지원 축소 우려도 제기했다. 

 

"충북도가 이 정도 규모의 대학 건설을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오송에 지원하기 시작하면 도에서 KAIST에 지원하게 되는 액수는 조단위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충북 다른 지방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지방 대학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방 대학의 쇠퇴는 지방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인 쇠퇴와도 연결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KAIST와 협약만 하면 유능한 의과학자가 덜컥 생기나?"

 

배 교수회장은 아직 부지 매입조차 진행되지 않은 실상도 없는 계획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배 교수 회장은 "학령인구가 매년 줄어들며 연구인력이 점점 부족해져 가는 실정 속에서 몇 십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는 이번 협약이 현실성이 있는지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10년이 지났을 때 학령인구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드는 과정에 돌입한다는 것이 상수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의과학자를 늘린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다. 차라리 지방 대학들의 내부역량을 강화시켜 현재 양성되고 있는 인재풀을 탄탄하게 다듬어 내는 것이 유능한 의과학자 양성에 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협약을 통해 부지 33만평을 KAIST에 양여하기로 했지만 실상 아직 부지 매입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시 말해 협약에서 언급한 부지 33만평에 대한 권리가 아직 충북도에게 없다는 뜻이다. 

 

아무런 실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오송에서 부지를 매입하고 양여 절차를 거치며 인프라를 구축하고 캠퍼스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최소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비되어야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10년이라는 것도 캠퍼스 완성에만 걸리는 시간이다. 이후 이뤄지게 될 의과학자 인재 양성과 이에 따른 성과 창출은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KAIST와 캠퍼스 유치 협약을 맺는다고 해서 유능한 의과학자가 덜컥 쏟아지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또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현실성 부족 문제를 뒷받침하는 사안이 되고 있다.

 

KAIST 오송캠퍼스 유치는 의과학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내려진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는 어떤 의과학 분야를 어떤 교육을 통해 발전시킬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AIST라는 이름을 들여온다고 해서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 교수 회장도 "충분한 논의가 되고 검증됐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전문성 있는 토론이나 공청회도 없이 그냥 도가 결정해서 이끈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라며, "의과학대학(원)만 짓는다고 유능한 의과학자가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의과학 연구를 위해서는 약학대학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고 약학을 위해서는 동물 임상 실험을 위한 수의대의 협조 역시 필요하다. 또한 실험과 제약을 위한 자연·생물·화학 분야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학문의 연계를 통해 의과학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적인 학문의 연계에 대한 논의나 협의도 이뤄지지 않고 의과학대학(원)만을 내세우는 일차원적인 계획에는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눠보고 결정했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대학병원의 집적화…충북 군단위 의료시설은 부족한 것이 현실"

 

배 교수회장은 오송에 대학병원의 집적화 문제도 거론했다.

 

이미 오송에는 근처 20분거리마다 대학 병원이 3개나 존재한다.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이 충청 주요 거점에 분포된 상황이다. 반면 보은·영동·증평·괴산·음성·단양 등 6개 충북 지역에는 아예 대학병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배 교수회장은  "충북지역 군단위 의료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외면한 채 이미 집적되어 있는 청주 오송에 또 하나의 대학병원을 짓는 것은 지역 의료 환경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충북대가 밥그릇 지키려고 반대한다고?"

 

끝으로 배 교수는 충북대가 펼치는 KAIST 오송캠퍼스 반대 의견을 두고 일각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이기주의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황당하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최근 KAIST 오송캠퍼스 추진에 대해 충북대가 반대 의견인 것으로 비치자 '충북도 및 청주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인물' 충북대'라는 주장도 변변찮게 흘러나왔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충북대병원의 무능함을 언급하며 서울로 병원 찾아 떠나는 도민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 교수회장은 "4년 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국립대 교수로서 고작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반대한다는 의견을 들으니 황당하다.  KAIST라는 화려한 외면에 가려져 놓치기 쉬운 구체적인 문제점과 현실성들을 심도깊게 논의하고 결정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며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 회장은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4개 국립대학교병원 중 충북대병원이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전남대학교병원과 더불어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며 충북대병원에 대한 오해도 적극 해명했다.

 

비난 여론에 대해 해명한 배 교수는 "교육적인 문제를 정치적 문제의 성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부분들이 교육적으로 구체화되고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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